AT&T 연구개발 활동은 왜 본국에서 진행될까

 

기업이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을 어느 국가에 위치시키고 또한 이들을 어띻게 조정하는가 하는 것은 글로벌전략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선택입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통적으로 본국 중심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기업들은 모든 생산 및 연구개발 활동들을 본국에 위치시키고 해외에는 판매조직만을 운영하는 형태로 글로벌조직을 운영하였습니다. 이에 반해서 현지국 중심주의 성향이 강해서 국가별전략을 수행하는 기업들은 가능한 한 많은 국가에서 생산활동을 수행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균형 잡힌 글로벌 전략은 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환율과 보호무역 장벽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많은 국가에 생산을 위치하여 규모의 경제효과를 상실하지 않는 것입니다.

국가적 요인 
기업활동의 입지 선정에 있어서 전통적으로 가장 강조해 왔던 요인은 국가의 역할입니다. 특히 전통적인 국제무역이론에서는 기업활동의 입지 선정에 있어서 그 국가가 가진 비교우위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습니다. 무역이론에서 강조하여 왔던 비교우위는 흔히 원재료, 노동, 자본, 기술과 같은 생산요소의 구입비용이 가장 낮은 곳에 입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Heckscher-Ohlin 이론에서도 국제무역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각각의 부존자원이 많은 국가에 위치하여 생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낮은 생산비용 이외에도 정부의 서비스, 물류의 효율성, 정치적 위험도, 사회간접자본의 여부 등은 진출국가의 입지 선정을 비교하는 데 중요한 고려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 나라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생산 입지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비교우위와 경쟁우위를 살릴 수 있는 여건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첫째, 유리한 부존 생산요소입니다. 저렴한 가격의 천연원료나 숙련된 노동력과 같은 생산요소는 한 나라를 다른 나라에 비해서 비교우위를 갖게 하는 전통적인 우위 요인입니다. 예를 들어, 값싼 물의 공급 또는 화학산업의 원재료, 석탄 및 철광석과 같은 천연자원의 부존량이 많은 국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게 됩니다. 또한 단순한 원료뿐만 아니라 중간재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는 것 역시 관련 산업의 비교우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줍니다. 예를 들어, 한국의 포스코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의 자동차업체에 철판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자동차업체들이 국제적으로 가격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이처럼 값싼 원자재의 조달이 중요하며 싼 가격에 중간재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능력은 한국에서의 자동차생산이 비교우위를 갖는 원천이 됩니다. 둘째, 주요 시장과의 인접성 역시 비교우위와 경쟁우위를 살릴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주요 시장과 가깝게 위치하는 것은 수송비를 낮출 뿐만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신속한 반응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비교우위를 가져다주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 멕시코에 진출하는 것은 멕시코의 싼 임금을 활용할 수 있기도 하지만,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해 주는 동남아시아에 위치하는 것보다 미국 시장에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수송비를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요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줍니다. 셋째, 다른 주요 글로벌경쟁자의 생산활동이 있는 지역에 위치하는 것 역시 제조 활동의 입지에서 중요한 조건입니다. 한 나라에 이미 다른 글로벌경쟁자가 입지해 있을 때 자신도 그 나라에 위치하게 되면, 서로 간의 경쟁과 모방을 통해서 그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경쟁자의 생산능력이 높아지게 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의 자동차산업은 현재 많은 기업이 동유럽을 최선의 입지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Volkswagen, BMW, Benz로 대표되는 독일의 자동차기업들이 일찍이 동유럽에 진출하여 현지 부품 조달을 통해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동유럽에 진출하면 이미 Volkswagen이 개척해 놓은 부품 조달기업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또한 이들 독일계 기업에서 근무하는 현지 경영인들을 스카우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체코와 슬로바키아에 대규모 진출하여 현지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편 연구개발센터 역시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에 입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구개발에 있어 중요한 나라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습니다. 첫째, 해당 산업에 있어서 기술혁신이 많이 일어나는 나라, 둘째, 우수한 기술자나 저렴한 연구개발인력이 풍부한 국가, 마지막으로 고객의 취향이 까다로운 국가입니다. 먼저 산업마다 기술혁신이 많이 일어나는지 여부는 나라별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분야에서는 IBM, Apple, HP, Dell, Intel, Microsoft와 같은 기업들이 기술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산업표준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한편 통신 분야에서도 AT&T, Quelcomm, Motorola와 같은 미국회사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컴퓨터와 AT&T 같은 통신산업은 미국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전개되고 있으므로 연구개발 활동을 미국에 위치하는 것이 이들 경쟁기업의 활동을 주시하면서 또한 제품에 대한 기술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AT&T와 같은 대형 기업의 인력들을 스카우트함으로써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 이동통신 단말기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연구 및 개발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이동통신의 단말기에 있어서 한국의 소비자처럼 벨소리, 카메라, 게임, 인터넷 등 고도의 서비스에 익숙하고 또한 그러한 서비스를 기대하는 소비자는 전 세계적으로 없습니다. 따라서, 이동통신의 유수한 기업인 Motorola와 Nokia도 한국에 연구개발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화학산업은 프랑스와 독일기업들이 세계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으므로 연구 활동을 유럽에 배치하는 것이 이들의 기술을 습득하는 데 중요한 입지적인 요인이 됩니다. 또한 연구개발센터의 위치를 고려할 때 고도의 기술력을 갖거나 저렴한 연구 개발인력이 풍부한 나라에 입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 들어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들은 소프트웨어 제작에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춘 나라로서 인도를 꼽고 있습니다. 인도는 교육을 잘 받은 값싼 연구개발인력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단계에 있어서는 인도에 입지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 위치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을 낮출 수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는 과거 공산 체제하에서 개발하였던 군사기술을 적극적으로 민간기업에 이양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잘 훈련된 기술자와 과학자를 스카우트하고 이들이 가진 기술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 역시 연구개발 활동의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서 Hewlett Packard의 사례에서 Hewlett Packard가 1980년대 중반에 싱가포르를 연구 개발기지로 선정했던 이유는 싱가포르에 양질의 연구개발인력이 풍부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열심히 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셋째로 고객의 취향이 까다로운 국가에 입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P&G 일본 사례에서와 같이 일본의 소비재시장은 소비자들이 높은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경쟁하고 있습니다. P&G가 일본에서 초기에 큰 실패를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계속하는 이유는 일본에 위치하여 신제품개발을 하게 됨으로써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훨씬 더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P&G가 최근 SK-II와 같은 화장품 사업을 확대하면서 일본을 연구개발 및 신제품개발의 중심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