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와 현지화의 상반된 압력

전 세계 시장을 무대로 경쟁하고 있는 글로벌기업들은 상반된 압력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기업들은 한편으로는 비용 측면에서의 경쟁우위를 갖기 위하여 한 곳에 생산시설을 집중하고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여 대량 생산을 하여 낮은 비용으로 전 세계 시장에 수출하는 방식의 전략을 추구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입지에 위치하여야 하고,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기 위하여 전 세계 소비자들의 수요가 동질적인 것으로 가정하고 표준화된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한편으로는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의 서로 다른 지역적·문화적 특성에 맞추어 차별화된 제품을 생산해야 할 필요성도 느낍니다. 또한 생산시설을 한 지역에 집중하게 되면 환율의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에 생산기지를 세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킴으로써 환율변동에도 대비하고 보호무역 장벽을 우회할 필요성도 크게 느낍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에는 글로벌화와 동시에 현지화를 달성해야 하는 상반된 목표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Prahalad와 Doz는 이처럼 동시에 글로벌화해야 하고 현지화해야 하는 필요가 있는 것이 다국적 기업이 갖는 근본적인 갈등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처럼 글로벌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글로벌화와 현지화라는 상반된 압력이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를 살펴보겠습니다.

글로벌화에 대한 압력 
다국적기업이 글로벌화의 압력을 느끼는 이유는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과 경쟁이 글로벌화하는 추세에 따른 것입니다. 우리는 앞에서 산업과 경쟁의 글로벌화의 요인으로서 연구개발과 생산에 있어서 규모의 경제가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수요가 점차 동질화되어 가는 추세에 있고, 또한 GATT와 WTO 체제하에서 무역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글로벌화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산업은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산업입니다. 예를 들어, 메모리용 반도체는 세계 곳곳에서 동일한 제품을 소비하는 글로벌제품입니다. 자동차도 과거에는 나라별로 소비자의 기호가 큰 차이를 보였으나 점차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의 기호가 동질화됨에 따라 표준화된 제품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가마다 소비자의 기호가 동질화됨에 따라 기업들은 표준화된 제품들을 대량 생산하여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처럼 표준화된 상품을 중심으로 대량생산체제를 통하여 낮은 가격으로 경쟁하는 산업에서는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많은 군소기업은 도산하고 소수의 글로벌기업만 살아남기 쉽습니다. 특히 일상재화된 산업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메모리형 반도체산업은 전형적인 글로벌산업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기업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 일본의 메모리생산업체들은 대부분 도태되었습니다. 또한 이들 산업은 경기변동에 취약하여 때로는 공급과잉을 유발하기도 하여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기도 합니다. 타이어 산업에서도 역시 차별화되지 않은 일상재의 성격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거나 합병·인수되어 이제는 소수의 기업이 살아남아 극심한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한 생산과 연구개발에서 규모의 경제효과가 큰 산업일수록 글로벌화해야 하는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자동차산업에서는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고 생산설비를 갖추는 데도 엄청난 투자자금이 소요됩니다. 이와 같은 산업에서는 한 곳에 대형공장을 만들고 대량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여 비용을 낮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와 같은 저비용생산기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세계 각국에 수출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최대한도로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GATT와 WTO 체제하에서 각종 관세 및 비관세장벽이 무너지고, 지역 내 경제통합 현상이 가속화됨에 따라 표준화된 상품의 대량생산을 통하여 비용우위를 확보하려는 글로벌화의 압력은 더욱더 가중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는 인터넷은 전 세계의 경쟁자, 공급업체, 딜러, 소비자와 순간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해줍니다. 이와 같은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소비자수요를 동질화하고 경쟁을 보다 글로벌하게 만듭니다.

현지화에 대한 압력 
다국적기업이 현지화해야 하는 필요성 중 첫째는 환율변동으로 인해 국제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Caterpillar와 Komatsu의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환율변동은 한 지역에 생산시설을 집중하는 글로벌기업들에게 커다란 위험 요소로서 작용합니다. Caterpillar는 1980년대 초반에 미국의 달러화가 고평가됨에 따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Komatsu 역시 1980년대 후반 엔화가 고평가됨에 따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무리 소비자수요가 동질화되고 무역장벽이 철폐되며 규모의 경제의 중요성이 크다고 해도, 환율이 급변할 경우에는 한 지역에 생산시설을 집중하여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단순한 글로벌경영 방식은 위험한 전략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다국적기업들은 이러한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현지화전략을 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또한 우리가 앞서 살펴보았듯이, 국제무역장벽이 계속해서 낮아지는 추세에 있지만 각국 간에 무역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직도 상당히 큽니다. 특히 수출 형태로서 해외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에는 각종 무역분쟁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은 통합 후 지금까지는 역외국에 대해 무역장벽을 세울 조짐은 보이지 않으나 한국에서 수출하는 상품에 대해서 반덤핑제재를 취하거나 수출자율규제와 같은 조처를 할 경우, 한국에서 생산하여 수출하는 형태로 해외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제품의 판로가 순식간에 막혀 버릴 수도 있습니다. 실제 2003년 미국과 유럽연합은 한국의 은행들이 Hynix에 부채를 출자로 전환해 주고 이자를 경감한 것을 일종의 보조금이라 간주하여 30% 이상의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역시 해외 각지에 생산기지를 두어 현지화하는 방법입니다. 더욱이 우리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각국 간의 정치적·문화적 환경의 차이는 다국적기업들에게 현지화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합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동유럽에 진출한 기업들은 각종 행정·법률의 불확실성, 뇌물요구와 개인적인 신변 위협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적극적으로 현지화하는 길입니다. 또한 국가 간에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는 나라별로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 같은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업들은 적극적인 현지화전략을 취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앞서, 인터넷이 소비자수요의 동질화와 경쟁의 글로벌화를 촉진한다고 설명하였으나, 각국의 문화적 차이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문화의 차이는 구체적으로 국가 간에 서로 다른 유통망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국가마다 오랜 역사적 배경하에 발달한 유통채널은 그 시장에 진출하려는 다국적 기업에게 새로운 접근방법을 요구한다. 또한 나라별로 서로 다른 산업표준으로 인해 생산을 나라별로 조절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아직도 모든 가전제품의 전압이 110V이며 유럽에서는 220V가 표준입니다. 따라서 미국과 유럽에 동일한 제품을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미국과 유럽에 서로 다른 전원공급장치를 장착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국과 일본에서는 자동차의 핸들이 오른쪽에 달려 있고, 그 밖의 나라에서는 왼쪽에 달려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차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존재합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다국적기업은 글로벌화와 현지화라는 상반된 목표를 두고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낍니다.